고려말기 학자 우탁의 시조에 봄과 관련한 시조가 있다.
“봄산에 눈 녹이는 바람 건듯 불고 간데 없다.
잠시만 빌려다가 머리 위에 불리고저,
귀밑에 해묵은 서리를 녹여 볼까 하노라.”
오늘이 한국달력으로는 입춘절이라 계절의 봄을 맞게 되는데, 자연의 변화와 인생의 무상을 느끼게 하는 시조를 되뇌어 봅니다. 이곳 샌프란시스코만의 도시지역에는 눈이 오지 않지만, 저만치 시에라산맥에는 눈이 믾이 쌓여 겨울풍경의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아무튼 봄이 되면 산위의 하얀 눈이 녹고 얼마간 지나서는 나무들이 새 잎을 내어 신록을 이룹니다. 이는 봄과 여름 및 가을과 겨울의 자연스런 변화로, 매년 반복되는 줄 압니다. 그렇지만, 인생에 있어 겨울을 맞으며 귀밑부터 시작하여 머리 전체로 번지는 하얀 머리는 돌이키기가 어렵습니다. 근래에 머리 염색을 하는 이도 적지 않지만, 흰 머리는 인생의 원숙미를 보여주는 것으로 보고 기피할 것이 아닌 줄 압니다. 소납의 머리에도 흰색이 퍼져가며, 우탁의 늙음과 회춘에 대한 소회를 느껴 보지만, 이제는 늙음을 담담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고희(古稀)와 종심 (從心)에 감사하고 백발을 여유로 맞으려 합니다. 도반님들도 불교의 무상(無常)과 무아(無我)로 자기실현에 보람을 누리시며, 몸과 마음의 봄에 꽃 피우시고, 입춘대길(立春大吉)하시기 축원합니다. 진월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