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에 성안산 금강선원에 와서 대중스님들 및 여러 법우님들과 함께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고 6월에 가숭산 고성선원으로 돌아가 홀로 한여름을 지낸 뒤에, 며칠전 다시 성안산으로 돌아와 백중절을 맞으려 합니다. 출가승가의 일원으로서 본분에 맞는 자자(自恣)와 탁마(琢磨)를 위한 대중회상이 필요하고 아쉬운데, 대중은 예나 지금이나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이 되며, 본분과 사명을 되새기고 수행의지를 단련하는 계기를 제공해 주기 때문입니다. 내일 모레 백중절에 즈음하여, 수행공동체 사부대중 여러분과 산승의 소회를 조금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한국의 전통문화의 맥락에서 보면, 이즈음에 모든 작업인들 특히 농업인들은 친환경 자연적으로 계절의 흐름에 따라, 봄부터 여름동안 분주하였던 노고를 잠시 쉬고, 살아계신 부모님들께 공양하며 나아가, 돌아가신 조상님들을 위한 천도와 명복을 빌면서, 자축과 성숙의 기회를 가져왔지요. 특히 불교인들에게는 음력 칠월 보름날 즉, 백중일을 맞으며 그 자자의 전통과 미풍을 이어져왔습니다. 이 귀하고 아름다운 가풍을 잘 전승 유지시켜 나가야 불교발전이 계속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불교교단의 중심인 승가공동체의 건전한 유지와 발전은 백중정신을 끊임없이 실천해 나가는데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을 확신합니다. 이는 불교 정법과 윤리도덕의 근간인 율장의 주요부분이며, 불교쇠퇴를 막는 보루로서, 교단문제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래 한국불교 교단과 그 중심인 조계종의 상황을 돌아보면 그 중요성이 더욱 드러남을 알 수 있습니다. 석존 재세시절에 붓다 스스로 모범을 보이셨듯이, 오늘날의 불교 교단과 종단 지도자들도 솔선하여 하심하고 스스로의 잘못을 고백하며 참회의 모범을 보여야 할 줄 압니다. 다른 구성원들도 동체대비로서 서로의 잘못들을 지적하고 함께 고쳐나가는데 자발적으로 노력해야 하겠지요. 대중들이 진심으로 탁마하고 격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공동체가 건강하고 성숙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야 교단/종단 내부의 잘못과 허물들을 자체적으로 정화하여 안으로는 건강을 되찾고, 밖으로는 그 악취가 제거되며 향기를 낼 수 있겠지요. 이 훌륭한 문화의 향유는 언제 어디에서라도, 형편에 따라 시행하되, 비겁하게 포기하거나 미루지 말고, 진정으로 스스로를 반성하고 정성으로 불조와 시주에게 참회하며 쇄신에 분발하여야겠습니다. 이는 승단을 포함한 세상을 건강하게 하면서 이른바, 어둠을 밝히고 부패를 막는 “빛과 소금”이 될 줄 압니다.
백중절을 우란분절이라고도 하는데, 조상천도를 위한 보시와 의식을 행함도 미풍양속의 하나이지만, 육체적 부모와 조상의 은혜를 생각함과 아울러 정신적 부모인 스승들 즉, 부처님과 조사님들 및 선지식들의 은혜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특히 수도에 전념하는 올바른 수행자나 신행자들은 그들을 깨우치고 이끄는 스승의 가르침과 안내에 최상의 존경과 보은의 도리를 다하여야 마땅합니다. 세속적 욕구에 맞추고 물질적 이익을 얻는데 급급하여, 조상천도 및 기복 등의 명분으로 의례에 치중하고 그 근본취지를 망각하면 그 본연의 가치와 의미를 잃고 마침내 낭패할 수 있습니다. 수행자들을 보호하고 공양하는 공덕으로 조상도 천도되는 것이지, 이기적인 목적으로 형식적인 의식만 고집하며 수행승을 번거롭게 하는데 그친다면,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불법승 삼보의 호념과 위신력으로 축복과 천도가 되는 것이지, 법력이나 수행력과 관계없는 의례로서 구원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우란분절 설화가 보이듯이, 인색한 악업으로 아귀도에 빠져 헤매면서 고통받는 모친을 구제하려는 데에, “신통제일”이라는 목건련존자와 같은 위대한 개인의 능력보다 승가대중 수행공동체의 수행위력이 컸음을 되새겨 볼 수 있습니다, 청정 수행 승가의 보호와 유지는 세상에서 가장 큰 공덕이 됩니다. 만약 어떠한 적폐가 있는 승가라면 자자와 탁마 및 반성과 참회로 쇄신하여야 하고, 그래야 신도의 존경과 공양을 받을 수 있을 줄 압니다. 개인은 물론 승가 공동체의 건전한 유지와 발전을 위해, 그 근본을 되새겨 보는 진정한 백중절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이러한 단련과 성숙의 시절에 일반인들도 주어진 형편에 따라, 조상의 은혜를 되새기고 보은의 방법과 기회를 찾아보며, 친지들과 더불어 서로의 향상과 이상실현을 위하여 진정한 충고와 감사를 나누어, 사회공동체의 건강과 평화를 이루는 기쁨과 보람을 누리시기를 축원해 봅니다. 금강선원 유나 진월 비구 심향을 사루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