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옆에서 생각 나누기>
어제가 입동절 즉, 겨울에 들어섰음을 알리는 절기였습니다. 일단 겨울은 추위를 느끼게 하고, 누구나 추위를 느끼면 열을 내어 따스함을 베푸는 불을 그리워하게 되지요. 어느 곳에서나 불을 피우면, 대개 불을 즐기러 모이는 이들이 있고, 불을 둘러앉아 함께 바라보며 인지상정으로 서로 통하는 동지적 공동체 느낌을 가지며 생각이나 바램을 나누는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기 쉽습니다. 산중이나 야외에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때라도 불을 피우고 이른바, “모닥불”이나 “캠프파이어”를 즐기기도 하지만, 실내에서는 주로 겨울에 난로를 이용하는데, 연탄이나 가스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주로 나무를 때는 경우가 많을 줄 압니다. 옛날에는 안방이나 사랑방에 숯불을 담은 화롯불을 쓰기도 했지만, 근래에는 거실의 벽난로가 유행인 것 같습니다. 어떠튼, 난로 가에 모여 인정을 나누는 상황 모습을 “노변정담”이라고 지칭하는데, 즉 불 옆의 생각/이야기 나누기이지요. 알뜰한 노변정담이 그리워지는 때입니다.
노변의 정담 또는 회담은 그 자리에 함께한 사람들의 우정이나 친밀감을 보이기도 하는데, 막역한 관계에서 긴밀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이려는 의도로 연출되는 경우도 더러는 사회의 뉴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미국 대통령 공관인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경우, 공식적인 업무의 대규모 회담 전후에, 해당 정상들이 벽난로 앞의 의자에 앉아 담소하는 모습을 기자들 앞에 보이기가 일수인데, 이는 중요한 국제적 관례처럼 되어, 만약 그러한 정황이 생략되면 무언가 비정상이거나 부족한 분위기를 느끼게 할 정도이지요. 아무튼, 공직자들이 공관에서의 공식적이거나 또는 일반 시민의 개인 집에서의 사사로운 경우이거나를 막론하고, 난로 옆에서는 누구나 냉혹하기보다 따뜻한 우호적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게 생각됩니다, 만약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 정치쇼를 연출하지 않는 한. 하지만, 일반 세간과 달리 출세간의 수행자 공동체의 하나인 선원에서는 노변에서 여니 세속적 정담이나 잡설이 아닌 도담이나 법담 즉, 도인들의 도나 진리를 추구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가 기대됩니다. 아니면 차라리 묵언과 성찰의 시간이 더 값지고 필요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한국에서는 이 무렵 산중에 있는 전통 선원의 경우, 동안거 준비에 한창입니다. 겨울 석달 먹을 김장도 담고, 좌선실 온돌을 덥힐 장작을 넉넉히 쌓아둡니다. 공기가 통한다는 두꺼운 창호지로 창문과 문풍지를 바르고, 들기름 장판을 정비하며, 눈과 비에 편리한 두터운 겨울신발도 마련하지요. 유명한 지리산 칠불암의 아자방은 한 번에 엄청난 불을 때면 여러 날을 지나도록 방안의 온도가 유지되었다고 합니다. 설악산 오세암 같은 경우 많은 눈 때문에 겨울동안에 출입을 못할 것을 대비하여 나무는 물론, 각종 식료품 등도 미리 저장해 두어야 한다고 하지요. 아무튼, 수좌들에게는 산문 밖 출입을 금하고,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선정에 몰두하여 정진하기 좋은 계절로 알려져 있습니다. 누리벗님들도 어디에 계시던지 각자 있는 곳에서 모두 뜨겁게 발심하고 준비하여 동안거의 묘미를 나름대로 누리시기 바랍니다. 마음속 선방 안에 선정과 지혜의 불을 꾸준히 지펴서 법희 선열의 분위기를 만들고, 대중이 합심하여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무위의 선불장을 이루고 득도의 기쁨을 누리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