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09-03 02:12
가을 저녁 달 생각
 글쓴이 : dowon
조회 : 3,137  
아래글은 어제 샌프란시스코한국일보에 실린 산승의 초목칼럼인데, 누리벗님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가을저녁 달 생각

오늘이 9월의 시작일, 이제 제대로 가을철의 문턱을 넘어서는 기분을 느낍니다. 한국 전통문화에 익숙한 분들이 활용하는 [태]음력으로는 팔월초엿새이고, 다음주말 보름에 추석/한가위 명절을 맞게 됩니다. 이곳 미국은 다음 주 월요일을 노동절(Labor Day)로 기리며, 이번 주말부터 3일간 연휴를 누리게 되지요. 한국에서는 금년에 추석연휴로 나흘을 즐기는 줄 압니다. 오래전 농경시대부터 무덥고 지루하던 여름을 마감하며, 그동안 들판에서 가꾸고 키운 곡식과 과일들을 거두어들이기 시작하면서, 그토록 열매 맺도록 음우해주신 하느님과 조상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차례를 지내고, 노동의 보람을 누리며 이웃들과 어울려 기쁨을 나누는 기회를 가져왔지요. 약 400년 전 유럽으로부터 처음 미주에 온 초기이민들부터 기려왔던 이른바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같은 풍속을, 한국에서는 이미 2000년 전부터 이어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아무튼 이 좋은 시절에 즈음하여 각자 나름대로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을 가져보기 바랍니다.

‘추석(秋夕)’은 순 우리말로 ‘가을저녁’이라고 풀어쓸 수 있겠지요. 한낮에는 여름에도 더위 속에 농작물을 키우는 일에 힘들었지만, 가을에도 아직 거두고 마무리하는 일을 이어가야하는 벅찬 분위기에서, 휴식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시원한 가을 저녁은 정말 후련히 즐길 수 있는 좋은 때로서 누구나 기다려지는 시간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가을철 어느 날의 하룻밤만 지칭하지는 않겠지만, “추석”이라고 하면 ‘팔월보름날’을 가리키고 있으므로, 달 밝은 보름 저녁에 주목함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쪽에서는 영어로 만월절(Full Moon Day)이라고도 하며, 중국사람들은 달떡(月餠 Moon Cake)이라 부르는 과자를 나누어 먹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송편 즉, 콩과 팥 및 깨와 꿀 등 여러 가지 속을 넣어 만든 둥근 달 모양의 쌀떡을 솔잎 위에 쪄서, 사뭇 향기롭고 맛있게 만들어 즐기는 전통이 있지요, 흰 쌀가루를 여러 가지 빛깔로 물들여서 다양한 예술 감각을 보이며,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은” 송편을 만들어 별미를 즐기기도 합니다. 집에서 직접 만들기 어려운 분들은, 교포들이 운영하는 떡집이나 시장에서도 구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을저녁 보름달 아래서, 송편과 차를 드시며, 옛적의 정취를 누려보시기를 제안하고 권합니다.

산승의 아란야 고성선원의 가을저녁 특히, 달 밝은 밤에는 사람과 자연이 하나같이 되어 관망과 상상이 자유롭게 날개를 펼칩니다. 이 몸의 눈(肉眼)과 마음의 눈(心眼)으로 보이는 하늘과 달, 산과 숲을 통하는 과거와 현재 및 미래, 시간과 공간 및 의식과 초월의 여러 차원이 교차 소통되는 화엄법계(華嚴法界)의 걸림 없는 성품이 일어나(無碍性起) 전개됩니다. 덧없음(無常)과 나없음(無我)의 올바른 길(中道) 온갖 인연들이 끊임없이 일어남(無盡緣起)을 보고 살피며, 그 멋을 즐기고(鑑賞) 맛보는(吟味) 고요한 선정도량의 적막강산은 환하게 밝으면서도 눈부시지 않습니다. 텅 빈 하늘과 시원한 바람, 진공묘유(眞空妙有)의 아늑한 온 누리 가운데에 청아한 풀벌레들의 시절노래가 겁외가(劫外歌)처럼 산골에 사무칩니다.

한 호수의 배위에서 홀로 술에 취해 달을 건지려다 물에 빠졌다는 이태백의 옛이야기와 근래 달을 거쳐 화성을 탐사하려는 계획을 진행 중인 나사(NASA)의 요즈음 소식이 뒤섞이고, 우크라이나의 밤을 가르는 러시아의 미사일 포격과 지구촌에 오락가락하는 팬데믹 구름 및 솟아오르는 물가고의 바람도 잦아들지 않으며, 가뭄과 물난리 등등, 여기저기 서민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져 가는 실정. 그래도 이제 가을 철 들어 잠시나마 마음을 가다듬고 고요히 맑히며, 번뇌 망상과 격정을 가라앉히고 푹 쉬어서, 진흙 속에 연꽃 피우듯, 각자 나름대로 세상의 주인노릇을 잘 해보려고 다짐하는 때로 삼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

관리자 22-10-10 10:15
 
 
 

Total 1,219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819 의연히 자기 실현의 지혜 성취 도 닦길! (1) dowon 03-22 2180
818 진실로 거짓 이겨서 사회 정의 이루세! (1) dowon 03-21 2144
817 얽매임 없는 삶으로 자유 평화 누리길! (1) dowon 03-20 2183
816 조촐한 살림 즐기며 누려보는 큰 자유 (1) dowon 03-19 2201
815 참선과 청빈 수행자 보살핌의 큰 공덕 (1) dowon 03-18 2211
814 배우지 않는 사람은 들소 같이 사느니 (1) dowon 03-17 2200
813 스스로 남의 입장서 생각하며 살피길! (1) dowon 03-16 2195
812 나쁜 일 저질렀다면 되풀이를 막으리 (1) dowon 03-15 2166
811 한마디 일깨우는 말 할 수 있음 기리며 (1) dowon 03-14 2419
810 수행의 길 이룬 분은 이기주의 없느니 (1) dowon 03-13 2373
809 그릇된 알음알이에 휩쓸리지 않기를 (1) dowon 03-12 2442
808 몸뚱이 무상함 알아 수행 정진 해탈을! (1) dowon 03-11 2266
807 고요히 마음 지켜 평화 행복 누리길! (1) dowon 03-11 2212
806 지계와 선정 수행에 정진 행복 누리길! (1) dowon 03-09 2702
805 존재의 실상 깨닫고 인연 살펴 나기길! (1) dowon 03-08 2425
804 갖가지 얽매임 끊고 해탈 자재 누리길! (1) dowon 03-07 2392
803 불법승 삼보에 귀의 행복의 길 갈지니! (1) dowon 03-06 2410
802 게으름 버리고 마음 챙기면서 지혜를! (1) dowon 03-05 2379
801 과감히 현자의 길에 외로워도 나서리! (1) dowon 03-04 2636
800 자기를 이기는 이가 가장 강한 이리니! (1) dowon 03-03 2928
799 마음을 챙겨 지켜서 탐진치를 막으리! (1) dowon 03-03 2564
798 자신의 심신과 국가 사회 보전 충실히! (1) dowon 03-01 3351
797 몸가짐 마음 닦으며 입 조심이 참 수행 (1) dowon 02-28 2608
796 인연이 모여 생긴 것에 집착하지 말지니 (1) dowon 02-26 2612
795 수행을 하지 않으면 윤회 고통 이어져 (1) dowon 02-25 2528
794 가진 것 없을지라도 아쉬움이 없는이! (1) dowon 02-24 2623
793 올바로 치우침 없이 옳고 그름 살피길! (1) dowon 02-23 2471
792 입조심 말조심하며 좋은 구업 지어야 (1) dowon 02-22 2420
791 전차의 장수와 같이 분노를 잘 다루길! (1) dowon 02-21 2514
790 이 세상 착하게 살면 저 세상도 즐거워! (1) dowon 02-20 3175
789 갈등의 세상 속 자비 베푸는 분 안락을 (1) dowon 02-19 2541
788 절대적 붓다의 지혜 공부하고 누리길! (1) dowon 02-18 2531
787 누구나 올바른 살림 부지런히 가꾸길! (1) dowon 02-17 2524
786 자기의 살림살이에 주인되어 누리길! (1) dowon 02-16 2563
785 인연이 모여서 된 몸 집착없이 가꾸리 (1) dowon 02-15 2424
784 스스로 남의 입장서 생각하며 평화를! (1) dowon 02-14 2442
783 착한 일 부지런 하며 좋은 결과 누리길! (1) dowon 02-14 2442
782 하루를 살게 되어도 마음 닦는 수행을 (1) dowon 02-12 2485
781 생사의 집을 떠나서 자유 해탈 찾으리 (1) dowon 02-12 2401
780 깨우고 방비 힘써서 올바른 길 갈지니 (1) dowon 02-10 2424
779 잠 못든 사람에게는 느껴지리 밤 길게 (1) dowon 02-09 6307
778 성실히 수행하는 이 완성하리 큰 지혜! (1) dowon 02-08 2450
777 마음을 잘 길들이면 편안 자재하리니 (1) dowon 02-07 2484
776 언제나 깨어 있음이 진정 삶의 바른 길 (1) dowon 02-06 2455
775 원만한 보름달처럼 인품 지혜 갖추리 (1) dowon 02-05 2374
774 올바른 살림살이로 길이길이 행복을! (1) dowon 02-04 2433
773 마음을 잘 챙겨나가 번뇌 망상 막으리 (1) dowon 02-03 2393
772 진실과 거짓을 알아 올바른 길 갈지니 (1) dowon 02-02 2547
771 모든 것 마음에서 나니 인과 살펴 조심을! (1) dowon 02-01 2283
770 연잎이 빗물 대하듯 비우리라 욕망들 (1) dowon 01-31 2449
769 좋은 일 부지런히 해 후회 없이 살리니! (1) dowon 01-30 2529
768 의연히 유혹과 장애 넘어 수행 정진을! (1) dowon 01-29 4379
767 만족을 모르는 탐욕 그 뒤에는 괴로움 (1) dowon 01-28 2385
766 헛된 길 헤메지 말고 부지런히 수행을! (1) dowon 01-27 2389
765 언제나 마음 챙김과 자기 실현 애쓰리 (1) dowon 01-26 2400
764 마음의 등불을 찾아 어리석음 밝히리 (1) dowon 01-25 2533
763 모두의 행복을 위해 자비심을 낼지니 (1) dowon 01-24 2395
762 꾸준히 선행 공덕을 서원하고 쌓으세! (1) dowon 01-23 2560
761 고요한 하루가 들뜬 백년 보다 값지리! (1) dowon 01-23 2431
760 지혜로 실상을 보고 올바른 길 가리라 (1) dowon 01-21 2419
759 언제나 선행을 하며 덕을 쌓아 보람을! (1) dowon 01-20 2270
758 언제나 몸과 마음 살펴 열반 언덕 나가세 (1) dowon 01-19 2148
757 아만과 미워함 없이 겸손하면 복되리 (1) dowon 01-18 2428
756 애착에 걸리지 말고 해탈 자유 누리길! (1) dowon 01-18 2165
755 영원한 자유를 위해 유혹들을 떠나리 (1) dowon 01-16 3803
754 바르고 슬기로운 분 어울려서 즐기리 (1) dowon 01-15 2518
753 욕심을 줄이면서 만족 누리세 (1) dowon 01-14 2447
752 진정한 충고인을 따르면 성공 (1) dowon 01-12 2379
751 수행길 외롭지만 홀로 갈지니 (1) dowon 01-11 2148
750 스스로 행동 살펴 바로 나가세 (1) dowon 01-10 2379
749 궁수가 화살대를 꼿꼿이 하듯 (1) dowon 01-09 2361
748 언제나 마음 살펴 올바른 길 가리 (1) dowon 01-09 2393
747 더불어 우리 마음 챙겨나가세 (1) dowon 01-08 2500
746 악업의 과보 재앙 없지 않으리 (1) dowon 01-07 2328
745 진실과 헛된 거짓 착각말지니 (1) dowon 01-05 3167
744 현자는 차근차근 뜻을 이루리 (1) dowon 01-04 2471
743 성구를 실천하여 행복 누리세 (1) dowon 01-04 2366
742 한 귀절 귀한 새김 넉넉하리라 (1) dowon 01-02 2248
741 올바른 마음가짐 필요합니다 (1) dowon 01-01 2463
740 12월 고성통신 (1) dowon 01-01 2358
739 11월 고성통신 (1) dowon 01-01 2390
738 지구 환경 파괴 참회와 미래 행동 희망을 위한 언약을 바라며 (1) dowon 11-06 2444
737 <고성통신> 10월 단상 (1) dowon 10-13 2433
736 가을 저녁 달 생각 (1) dowon 09-03 3138
735 온전한 제빛 돌이켜 봄세 (1) dowon 08-08 2825
734 계절 단상 (1) dowon 07-22 2904
733 초목 편지 (1) dowon 07-08 2903
732 유월 단상 (1) dowon 06-03 2698
731 부처님 오신 달에 (1) dowon 05-10 2893
730 좋은 시절 (1) dowon 04-08 2999
729 열반절 단상 (1) dowon 03-19 3258
728 출가절에 (1) dowon 03-11 2888
727 제20대 대선전야 (1) dowon 03-09 3132
726 삼일절을 지내며 (1) dowon 03-03 3112
725 임인년 정월 대보름에 (1) dowon 02-16 3070
724 고성통신22/2/3 (1) dowon 02-04 2837
723 설날 아침 (1) dowon 02-02 2888
722 고성통신 (1) dowon 12-03 3050
721 겨울 안거을 즐기시기 바라며 (1) dowon 12-01 3083
720 미국 추수감사절에 즈음하여 (1) dowon 11-23 318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