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샌프란시스코 한국일보에 실린 것인데 공유코져 합니다
온 누리 밝은 새해 펼쳐지기를
새해가 밝았습니다. 어제 초이틀은 음력으로는 납월초파일(섣달 초여드레). 중국과 한국 등, 이른바 북방불교의 동북아시아전통에서는, 인도 북부 카필라국 태자 싯다르타가 정반왕궁을 떠나 출가한지 여섯째 해에 남부 마갈타국 가야 (현재 붓다가야)의 보리수 아래에 앉아서 크게 깨치시고 도를 이루어 붓다(Buddha 깨달은 분)가 되심을 기리는 날입니다 (이후로 석가모니 Sakyamuni 라 불림). 물론, 스리랑카와 태국 등, 남방불교의 동남아시아전통에서는 베삭절(오월 보름)에 탄생 및 열반과 함께 기리고 있습니다만. 불교에서는 깨침으로 지혜를 이루고, 지혜는 밝음이며 빛으로 상징되어 왔습니다. 우리 모두 각자 스스로 마음을 살피고 가다듬어 정신세계를 밝혀서 지혜롭고 올바르게 살아야 개인의 행복은 물론, 사회 공동체와 온 세상을 올바르고 평화롭게 할 수 있습니다. 자연 물리적 새해에 즈음하여 인문 정신적 최고의 지혜를 성취한 세존의 성도절을 맞음은 아주 좋은 전조이며 경사로서 봉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이 상서로운 시절에 인도 붓다가야에서 델리대학 불교학과 주최로 열리는 수련 워크숍에 초청되어, 다음 주에 그곳에 가서 강연하고는, 최초 설법지인 녹야원과 아울러, 탄생지인 룸비니와 열반지인 쿠시나가라 등의 성지순례에 참여하며, 역사적 유적과 당시정황을 새삼 되새겨 보려합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모두 깨침의 길로 나아가시며, 올해 내내 밝고 건강하시어, 지혜와 자비를 키우시는 기쁨과 보람 크시기를 축원합니다.
올해는 한국과 미국 모두 의회를 새로 구성할 총선이 있고, 미국에는 대선도 있습니다. 현대 민주사회에서는 자기를 대신할 인물로서 충직한 공복을 선출하여야 하며, 이는 자기를 포함한 국가사회의 발전과 운명을 가름하는 중요한 일입니다. 건전하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사익보다 공익을 추구하는 정의로운 인물을 선출하여야 나중에 후회와 아쉬움이 없을 줄 압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남북의 평화통일과 공동번영 정책을 추구할 인물을, 미국에서는 세계 우방과의 공신력 있는 연대와 협조로 지구촌의 공존공영 및 기후와 환경 생태계의 미래에 안정을 이루는데 지도적인 인물을 뽑아야 하리라 생각됩니다. 금년에 미국에서는 인구센서스 조사도 있습니다. 빠짐없이 모두 참가하여 개인 및 사회복지와 공공정책 수립에 소외되지 않도록 유념하여야 하겠습니다. 선거 투표와 현황 조사에 참여함은 우리의 마땅한 권리이며 의무이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가 서로서로 미리미리 일깨우며 거들어서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앞장서 나가기를 다짐할 때입니다.
이곳 샌프란시스코는 프란시스코 성인을 기리며 그분의 뜻과 삶을 이어가자는 염원을 보이는 곳으로 생각됩니다. 본래 이탈리아 아씨지 출신인 그분은 천주교 수도자로서 청빈과 무소유의 삶을 살며, 평화의 도구가 되고자 애썼음이 전해집니다. 소납은 샌프란시스코 성인을 불교 수도자의 현지에 따른 다른 모습으로 보며, 관음보살의 화현같이 생각합니다. 인류의 최대 참사였던 제2차세계대전을 마무리하며 다시는 그러한 비극이 생기지 않도록 세계평화를 이루기 위한 유엔(UN 국제연합)이 창설된 곳이 샌프란시스코였으며, 종교적 유엔을 지향하는 유알아이(URI 종교연합)가 창설된 곳도 샌프란시스코입니다. 천연적으로 아름다운 베이지역이지만, 문화적으로도 빼어난 이곳에 살면서,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인들 모두 나름대로의 자부심과 아울러, 이웃을 아끼고 사랑하며, 지구촌에 널리 평화를 펼치려는 열린 마음과 보살핌에 축복이 있기를 새해 벽두에 기원합니다. 모든 생명을 평등하게 구제하시는 부처님의 위없는 지혜와 크신 자비가 온 누리에 항상 가득하기를 빌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