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6-21 01:49
약산 유엄
 글쓴이 : dowon
조회 : 630  

약산 유엄 藥山 惟儼

<조당집>에서 전하기를: 선사는 강주絳州 출신으로 성은 한韓씨이다. 남강南康으로 옮겨 살았는데, 17세에 조주潮州 서산西山 혜조慧照를 섬기다가 대력大歷 8년에 형악衡岳에서 희조希懆 율사에게 계를 받았다. 어느 날 아침에 선사가 “대장부가 마땅히 법을 떠나 스스로 청정해질지언정 어찌 형식적인 세행(肩肩事)에 얽매이겠는가?” 하고는, 그길로 석두 대사를 뵙고, 현묘한 뜻을 은밀히 이어 받았다. 선사는 정원貞元 초에 예양禮陽의 작약산芍藥山에 살았으므로 약산화상이라 불리게 되었다. 선사가 처음 머물 때, 촌장에게 가서 얻어 승당僧堂을 만들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스무 명의 스님이 모였다. 이 때 갑자기 어떤 스님이 나서서 자진하여 원주院主 소임을 보니, 차츰차츰 40-50명이 모여서 장소가 협소하게 되었다. 이에 뒷산에 올라가 조그만 집을 지어 놓고 와서 약산에게 윗자리에 앉기를 청하여 모시고, 차례차례 대중이 그 집의 일을 주관해서 원주를 봤다. 원주가 선사에게 설법해 주기를 두세 차례 청하니, 화상이 한두 차례는 허락하지 않았으나, 세 번째에야 비로소 승낙 하였다. 이에 원주가 기뻐하면서, 대중에게 알리자, 대중은 기뻐하며 종을 치고 모였다. 대중이 모이자마자 선사는 문을 닫아 버리고 방장으로 돌아가니, 원주가 밖에서 힐난하며, “화상께서는 아까 저희들에게 설법해 주실 것을 허락해 주셨는데, 이제 어째서 중생들을 위하지 않으시고 저를 속이십니까?” 말하였다. 선사가 “경經에는 경사經師가 있고, 논論에는 논사論師가 있으며, 율律에는 율사律師가 있거늘, 원주는 나의 어떤 점을 나무라는가?” 대답하였다. 이로부터 한가한 며칠이 지난 뒤에 선사가 법당에 오르니, 어떤 이가 “화상은 누구의 법을 이으셨습니까?” 물으니, 선사가 “옛 부처님의 전각에서 글을 한줄 주었느니라.” 대답하였고, “그 한 줄에는 무엇이 쓰여 있었습니까?” 라는 물음에는 “그는 나를 닮지 않고, 나는 그를 닮지 않았다 했느니라. 그러므로 그 글자를 인정했느니라.” 라고 답하였다. 상공相公 이고李翶k 선사를 뵈러 왔는데, 마침 선사가 경을 보고 있던 까닭에 전혀 돌아본 체도 하지 않으니, 상공은 절을 할 생각도 않고, “만나보니 천 리 밖에서 소문을 듣는 것만 못하구나.” 하며 비꼬는 말을 하였다. 이에 선사가 “상공” 하고 그를 불렀고, 그가 대답하자, “어찌 귀만 소중히 여기고 눈은 천히 여기는가?” 말하니, 상공이 얼른 절을 하고 나서 “어떤 것이 도입니까?” 물었다. 선사가 하늘을 가리켰다가 다시 물병을 가리키고서,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병에 있느니라.” 대답하였다. 상공이 절을 한 뒤에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어 찬탄하였다. “고상히 연마한 몸 학 같으시고 練得身形似鶴形, 천 그루 솔밭 속에 두 상자의 경 千株松下兩函經, 스승께 도 물으니 별 말씀 없이 我問師道無餘說, 구름은 하늘 물은 병에 있다네 雲在靑天水在甁.” 선사가 어느 달 밝은 밤에 약산에 올라 밤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한바탕 웃었는데, 서쪽으로 90리 밖 예양까지의 사람들이 그날 밤 모두가 자기네 동쪽 이웃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고 하면서 차츰차츰 동쪽으로 찾아와서 약산에 이르니, 대중들이 말하기를, “지난밤에 화상께서 산마루에서 웃으시는 소리를 들었노라.” 하였다. 이에 상공 이고가 다음과 같이 찬탄했다. “그윽한 살림살이 흐뭇해하고 選得幽居 愜野情, 한 해를 마치도록 오고 감 없네 終年無送亦無迎, 때로는 산봉우리 곧장 올라서 有時直上孤峰頂, 달 아래 구름 헤쳐 한바탕 웃네 月下披雲笑一聲.” 상공이 따로 선사에게, “어떤 것이 계誡 정定 혜慧 입니까?” 물으니, 선사가 “빈도貧道의 처소에는 그런 소용없는 살림살이는 없느니라.” 대답하였다. 다시 “저의 할 일을 아직 밝히지 못했으니, 화상께서 지시해 주십시오.” 청하니, 선사가 한 동안 잠자코 침음沈吟하더니, “내가 지금 그대에게 한마디 말해 주기는 어렵지 않으나 그대가 오직 말 끝에 알아보아야 하느니라.” 라고 말했다.

어떤 스님이 “목숨이 몹시 급한 곳은 어떠합니까?” 물으니, 선사가 “잡곡을 심지 말라.” 대답했다. “그러면 무엇을 공양하시겠습니까?” 물으니, “입 가진 이가 없느니라.” 라고 대답하였다. 선사가 설법하기를 “여러분들이 보임하는 일을 알고자 한다면, 높고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서고, 깊고 깊은 바다 밑에 들어가서 걸어야 하나니, 여기서 다니기와 조금도 다름이 없어야 비로서 약간 상응相應할 몫이 있다 하느니라.” 하였다. 어떤 사람이 이 말을 들어 순덕順德에게, “옛사람이 말하기를 ‘높고 높은 산꼭대기에 가서 서고, 깊고 깊은 바다 밑으로 다니라’ 했는데, 어떤 것이 높고 높은 산꼭대기에 서는 것입니까?” 물으니, “거기는 가파르니라.” 대답하였고, “어떤 것이 깊고 깊은 바다 밑으로 다니는 것입니까?”라는 물음에는 “깊고 밝은 데를 밟고 걷는 것이니라.”고 대답했다. 선사가 경을 보는데, 어떤 스님이 “화상께서 평소에 경을 보지 못하게 하시더니, 어째서 자신은 경을 보십니까?” 물으니, 선사가 “내 눈을 가려야겠군.” 하고 대답했다. “학인도 화상을 따라 경을 보아도 되겠습니까?” 라는 물음에, 선사가 “그대가 나를 따라 경을 본다면, 쇠가죽도 뚫을 것이니라.” 고 대답하였다. 장경長慶이 이 이야기를 들어 어떤 스님에게, “옛사람이 눈을 가린다 하였는데, 눈에 무슨 허물이 있는가?” 물었고, 이에 대답하는 이가 많았으나 모두가 장경의 뜻에 부합되지 못하므로, 스스로 대답하여 말하기를, “또 하나 눈에 티는 어찌할 것인가?” 하였다. 선사가 태화太和 8년 11월 6일에 대중에게 외치기를, “법당이 쓰러진다, 법당이 쓰러진다.” 하였지만, 대중이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하여 물건을 들고 나가 버리니, 선사가 손뼉을 치면서 깔깔 웃으며, “그대들은 나의 뜻을 모르는구나.” 말하고는 열반에 들었다. 춘추는 84세요 법랍은 65세였으며, 홍도弘道대사라는 시호와 화성化城이라는 탑호가 드려졌다.

 

진월이 찬탄 첨부한다.

 

       석두의 법을 잇고 약산에 석장錫杖세워

          납자를 제접하고 상공을 깨우치니,

             고봉孤峰의 한 웃음소리 백리 밖에 퍼졌네.

 

약산유엄 선사는 석두희천의 법을 이어서, 운암담성에게 전하여, 후대 오종 가운데 임제종과 쌍벽을 이루는 조동종의 비조가 되고 있습니다. 필요할 때는 경을 보면서도 거기에 걸림이 없으셨고, 독자적이고 주체적인 선의 안목을 유지하며 대중을 교화하셨습니다. 이고와 같은 재상들에게도 의연하게 깨우치고 이끌었으며, 그렇다고 교만하거나 방자한 모습보다 겸손하고 순진하며 조촐한 살림살이를 통해 승속을 천연스럽게 제접하고 구원하셨으니, 그 가풍이 넓고 깊다 하겠습니다.

 


관리자 20-06-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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