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7-13 12:51
운거 도응
 글쓴이 : dowon
조회 : 555  

운거 도응 雲居 道膺

선사는 유주幽州 계문薊門 옥전玉田 출신으로, 성은 왕王씨이다. 어릴 때에는 재능이 뛰어나고 태어날 때부터 아는 지혜가 있었으며, 오랜 친구들을 격식을 갖추어 대하여 좋은 명성이 특별히 자자했다. 25세에 유주의 연수사延壽寺에서 계를 받고는, 처음에 비니 율장을 익히다가 “대장부가 어찌 자질구레한 형식에 걸리어 큰 길을 잃겠는가?” 라며 탄식하고, 의발과 지팡이를 챙기어 취미翠微 화상을 찾아가서 현묘한 진리의 강에 한 번 목욕한 뒤로 3년의 세월을 보냈다. 석실에 머물고 있을 때, 별안간 울긋불긋하고 특이한 의상을 입은 두 사자가 나타나, “스님께서는 남쪽으로 가시오. 그러면 반드시 기이한 사람을 만날 것입니다.” 하였다. 그 뒤에 과연 홍호洪湖에서 온 취의毳衣를 입은 스님을 만났는데, “동산대사가 당대의 종장宗匠이다.”라고 말해 주었다. 이 말을 듣고는 곧 옷매무새를 고치고 동산으로 갔다. 동산대사는 격조가 높고 고풍스러웠으며, 말씀은 간략하나 뜻은 현묘했다. 선사가 도착하여 예로서 인사를 마치니, 동산이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묻자, 선사가 아무라고 이름을 고하였다. 그러자 동산이 “위로 향하는 법을 다시 일러라.” 하였고, 선사가 “위로 향하는 도에는 아무라고 이름을 붙일 수 없습니다.” 하니, 동산이 “내가 운암雲巖에 있을 때, 운암에게 대답한 것과 다름이 없다.” 하였다. 이로부터 아침에 참문하고 저녁에 근신하며 평정을 유지하려 힘썼다. 또한 황제皇帝가 적수赤水에서 잃어버린 여의주를 찾고자 고심하는 그 심정을 본받고, 온백설자溫伯雪子가 공자와 눈빛만 마주치고도 그에게 도가 있음을 알아본 훌륭한 오성悟性을 모방하였다. 어느 날 동산에게 선사가 “어떤 것이 조사의 뜻입니까?” 물었는데, 동산이 “그대가 뒷날 어떤 곳의 주지가 되었을 때, 누군가가 그렇게 물으면 무엇이라 대꾸하겠는가?” 하니, 선사가 “저의 허물입니다.”라고 말했다. 나중에 동산이 선사에게 “듣건대 사대思大 화상께서 왜국倭國에 가서 왕이 되셨다 하는데, 사실인가?” 물으매, 선사가 “사대화상이라면 부처도 되지 않으셨을 터인데, 하물며 국왕이겠습니까?”라고 대답하였고, 이에 동산이 묵묵히 인정하였다. 이로부터 현묘한 법을 남몰래 받고, 듣지 못했던 바를 들었으므로 다시 다른 곳으로 가려는 생각도 내지 않고, 배우려는 마음도 쉬었다.

선사가 상당할 때마다 다음과 같이 설했다. “무릇 출가한 사람은 오직 자기 분수에서 가려 취해야 하며, 절대로 분수 밖에서 찾으면 안 된다. 여기에 이르러서는 어떻게 봇짐을 꾸려야 할 것인가? 또 몸에는 어떤 옷을 입어야 하고, 입으로는 어떤 음식을 먹으며, 어떤 말을 하여야 하는가? 몸에 고상한 옷을 걸쳤으면 숭앙받는 길을 취해야 한다. 그대들은 천 리, 만 리 밖에서 행각하여 여기까지 왔는데, 도대체 무엇을 위함인가? 여기에서도 다시 쉽게 쉽게만 보내면 끝내 알지 못할 것이다. 사소한 인연이 큰일을 그르치지 않게 하라. 큰일을 끝내지 못했거든 밤낮으로 인因에 부합되게 닦아야 한다. 그래서 ‘존귀한 어른을 대하듯 하고, 조심조심하라.’고 하였으니, 가려 취할 때는 마치 살얼음을 밟듯 하고, 부지런히 지극한 도를 구할 때는 마치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 하라고 하였으니, 다시 무슨 한가할 틈이 있겠는가? 마치 불길이 뒤쪽에서 엄습해 오는 것처럼 신속히 나아가야 한다. 일체의 일에 있어서는 모두 그 속을 남김없이 거두어들여 하나하나 잘 알아야 하고, 현상마다 달통해야 한다. 만약 털끝만한 일이라도 다하지 못함이 있다면 고달프게 될진대, 하물며 많은 일에서랴? 그대들에게 말하노니, 한 걸음 자칫 실수하였다면 곧바로 한 걸음을 돌이켜라. 만약 돌이키지 않으면 까마득한 여러 겁에 매일 것이니, 이는 곧 생生을 자나는 것이며, 겁劫을 지나는 것이니라. 천 생, 만 생의 일이 단지 한 방향에 달렸으니, 만일 이 소식을 알지 못하면 천 생, 만 겁 동안 우둔하리라.“

병마兵馬가 운거산으로 밀려들자, 대중이 모두 도망을 쳤는데, 오직 선사만이 단정히 앉아 요동하지 않았다. 통군사統軍事가 절도 하지 않고 마주 앉아서, “세계가 언제 편안해지겠습니까?” 물으니, 선사가 “장군의 마음이 흡족해진 뒤입니다.” 대답하자, 통군사가 얼른 선사에게 절을 하였다. 어떤 스님이 “3천리 밖에서 운거의 소문을 들은 지 오랜데, 3천리 안의 일이 어떠합니까?” 물으니, 선사가 “3천리 안은 온통 진여眞如뿐이니라” 대답하였고, “어떤 것이 진여입니까?” 라는 물음에는 선사는 “3천의 3천이니l라.” 라고 대답하였다. “설산에서 6년 고행하심은 무엇을 위해서입니까?”라는 물음에는 “스스로 그 뜻을 세우려는 것이요, 만 가지 법에 의지하지 않으려는 것이니라.” 대답하였고, “샛별이 솟을 때 무엇을 보셨습니까?”라는 물음에는, “아무것도 본 것이 없느니라.” 대답하였다. “어떤 공부를 하였기에 외도外道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던 것입니까?”라는 물음에는, “모든 것을 쉬느니라.” 하였으며, “떨어지고 때 뭇은 옷을 입은 소식은 무엇입니까?”라는 물음에는, “한층 더 높아지느니라.” 하였으며, “그러면 교화를 보이시어 여러 근기를 이끌어 주는 것이군요” 하니, “그런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하였다. 천복天復 원년 가을에 선사가 갑자기 가벼운 병을 얻었는데, 동짓달 초순에 이르러서도 종종 가르침을 내리더니, 28일 저녁에 주사主事와 삼당의 상좌들이 문안을 드리러 가자, 그들을 돌아보고는, “그대들, 여기에 있으면서 대충 멀고 가깝고 한 것을 알았을 것이다. 죽고 사는 일은 예사로운 것이니, 과히 걱정하지 말라. 못을 끊고 쇠를 자르는 신념으로 불법을 어기지 말고, 죽기를 각오한 심정으로 여래를 저버리지 말라. 일은 많지 않은 것이 좋으니, 제각기 알아차려야 하느니라.” 고 말했다. 그 이듬해 정월 초이틀에 시자에게 “오늘이 며칠인가?” 물으니, 시자가 “설을 지내고 이틀이 지났습니다.” 대답하니, 선사가 “내가 출세한 지 꼭 30년이 되었으니, 떠날 때가 되었구나.” 하고 다음날 새벽에 입적하였다.

 

진월이 찬탄 첨부한다.

        동산洞山의 법을 받아 운거산 회상 열어,

           천여 명 이끄시며 모범을 보이신 분!

              진철眞澈에 부촉하시어 수미산문 須彌山門 여셨네.

 

운거도응선사는 동산양개 선사의 법을 이어 운거산에 주석하며 천여 명이 모여든 큰 회상을 열었고, 동문同門인 조산본적과 같이 후대의 조동종 가풍을 크게 선양하였습니다. 신라에서 온 이엄선사가 그분의 법을 이어받고 돌아와, 구산선문의 하나인 수미산문을 열수 있게 하였기로, 한국에 큰 법연을 보인 분입니다. 수행자의 본분을 일깨우며 모범을 보이신 선사의 뛰어난 삶은 훌륭한 귀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관리자 20-07-23 09:28
 
 
 

Total 52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52 황벽 희운 (1) dowon 07-21 633
51 운거 도응 (1) dowon 07-13 556
50 동산 양개 (1) dowon 06-28 568
49 약산 유엄 (1) dowon 06-21 474
48 석두 희천 (1) dowon 06-15 707
47 청원 행사 (1) dowon 06-07 573
46 마곡 보철 (1) dowon 05-31 537
45 염관 제안 (1) dowon 05-24 541
44 장경 회운 (1) dowon 05-15 489
43 남전 보원 (1) dowon 05-06 674
42 백장 회해 (1) dowon 05-02 637
41 서당 지장 (1) dowon 04-23 689
40 마조 도일 (1) dowon 04-13 697
39 남악 회양 (1) dowon 11-12 960
38 혜능 (1) dowon 11-01 904
37 홍인 (1) dowon 10-29 734
36 도신 (1) dowon 10-29 811
35 승찬 (1) dowon 10-19 743
34 혜가 (1) dowon 10-12 748
33 보리달마 (1) dowon 10-04 938
32 반야다라 (1) dowon 09-30 1040
31 불여밀다 (1) dowon 09-24 770
30 바사사다 (1) dowon 09-21 773
29 사자 (1) dowon 09-16 782
28 학늑나 (1) dowon 09-11 812
27 마나라 (1) dowon 09-11 807
26 바수반두 (1) dowon 09-06 885
25 사야다 (1) dowon 08-26 933
24 구마라다 (1) dowon 08-26 678
23 가야사다 (1) dowon 08-26 708
22 승가난제 (1) dowon 08-19 758
21 라후라다 (1) dowon 08-12 898
20 가나제바 (1) dowon 08-07 812
19 용수 (1) dowon 08-05 954
18 가비마라 (1) dowon 08-02 986
17 마명 (1) dowon 07-24 983
16 부나야사 Punayasa (1) dowon 03-22 1082
15 협존자 (1) dowon 03-18 1161
14 복타밀다 (1) dowon 03-18 1050
13 불타난제 (1) dowon 03-18 815
12 바수밀 (1) dowon 02-07 906
11 미차가 (1) dowon 02-07 869
10 제다가 (1) dowon 02-03 834
9 우바국다 (1) dowon 02-02 859
8 상나화수 (1) dowon 01-31 905
7 아난 (1) dowon 01-28 1000
6 마하가섭 (1) dowon 01-27 1008
5 석가모니불 (1) dowon 01-26 958
4 조당祖堂 전등傳燈 법연法緣 회고 回顧 (1) dowon 01-25 906
3 석존 성도절을 맞으며 (1) dowon 01-23 1085
2 무술년 담선법회 (1) dowon 01-23 786
1 담선법회 (1) dowon 11-18 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