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7-21 02:15
황벽 희운
 글쓴이 : dowon
조회 : 240  

황벽 희운 黃蘗 希運

<전등록>에 전하기를: 선사는 민閩 지방 출신으로, 이마 사이가 우뚝 솟은 것이 살로 된 구슬 같았고, 음성이 낭랑하며 의지가 깊고 맑았다. 어릴 때에 고향의 황벽산黃蘗山에서 출가하였다. 나중에 천태산天台山에 가다가 어떤 스님을 만났다. 그와 함께 웃고 말하기를 마치 예전부터 서로 아는 사이처럼 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눈의 광채가 사람을 쏘듯 빛났다. 그와 같이 길을 가는데, 때마침 개울물이 넘쳐서 삿갓을 벗고 지팡이를 세워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이때 그 스님이 선사를 데리고 함께 건너겠다고 하자, 선사가 “건너시려면 사형이나 혼자 건너시오.” 말했다. 그 스님이 옷을 걷고 물살을 건너는데, 마치 평지를 걷는 것처럼 하면서 돌아보며, “건너오시오, 건너오시오.” 말하자, 선사가 “쯧쯧 고얀 놈이로군, 내가 진작부터 알았더라면 네 다리를 꺾어 놓았을 것이다.” 말했다. 그 스님이 탄복하여서, “참으로 대승의 법기法器이시니, 저로서는 미치지 못할 바입니다.” 말하고는 이내 사라졌다. 나중에 서울京師에 갔다가 어떤 사람이 알려 주어서 백장을 찾아가 물었다. “위로부터 전해오는 종승宗乘을 어떻게 보여 주십니까?” 하지만 백장이 잠자코 있으니, 선사가 “뒷사람들로 하여금 끊이지 않도록 하십시오.” 하였다. 백장이 “장차 그대가 그런 사람이 되겠구나.” 하며 일어나서 방장으로 들어가니, 선사가 뒤를 따라 들어가서 “저는 일부러 찾아 왔습니다.” 말하자, 백장이 “그렇다면 뒷날에 나를 저버리지 말라.” 하였다.

어느 날 백장이 선사에게 “어디를 갔다 오는가?” 물으니, 선사가 “대웅산大雄山 밑에서 버섯을 따고 옵니다.” 대답하였다. 백장이 “호랑이大蟲을 보았는가?” 하니, 선사가 호랑이 소리 흉내를 내니, 백장이 도끼를 들고 찍으려는 시늉을 하였다. 대사가 백장을 한 대 갈기니, 백장이 껄껄 웃고는 돌아가 버렸다. 백장이 상당하여 대중에게 “대웅산 밑에 호랑이가 한 마리 있으니, 여러분은 조심하시오. 늙은 백장도 오늘 한 차례 물렸소.” 라고 말했다. 선사가 남전南泉 회상에 있을 때에 울력으로 나물을 다듬는데, 남전이 “어디를 가시오?” 물으니, 선사가 “나물을 다듬으러 갑니다.” 대답했다. 남전이 “무엇으로 다듬는가요?” 물으니, 선사가 칼을 번쩍 들었고, 남전이 “여러 사람이 나물을 다듬는군.” 하였다. 어느 날 남전이 선사에게 “내가 우연히 목우가牧牛歌를 지었는데, 장로長老가 화답해 주시오.” 말하자, 선사가 “저에게는 따로 스승이 계십니다.” 하였다. 선사가 하직하고 떠나는데 남전이 문밖까지 전송을 나왔다가 대사의 삿갓을 번쩍 들고, “장로의 몸은 몹시 큰데 삿갓은 퍽 작구려.” 말하니, 선사가 “그렇지만 대천세계가 몽땅 이 속에 들어 있습니다.” 라고 대구하였다. 남전이 다시 “왕王 노사老師는 적聻이오.” 하니, 선사는 그대로 삿갓을 쓰고 떠났다.

그 뒤에 홍주洪州 대안사大安寺에 머물렀는데 학자들이 밀물같이 모였다. 당시에 정승相國인 배휴裵休가 완릉 宛陵 지방을 다스렸는데, 그는 대선원大禪院을 짓고 선사에게 설법을 청하였다. 선사가 본래 머물던 산을 몹시 사랑하므로 다시 황벽黃蘗이라 불렀다. 나중에 또 고을로 청하여 모시면서 자기가 저술한 글 한 편을 선사에게 보이니, 선사는 이를 받아서 자리 옆에 놓으며 대략 훑어보지도 않고 가만히 침묵하다가, “알겠는가?” 물었다. 배휴가 “모르겠습니다.” 대답하니, 선사가 “문득 이렇게 회통한다면 오히려 비슷하겠지만, 만약 종이나 먹으로 표시한다면 어찌 나의 종지라 하겠는가?” 말하였다. 배휴는 다시 시 한수를 지어 바쳤으니: 대사의 심인心印 전해 받은 뒤부터 (自從大士傳心印), 이마에 구슬 있는 일곱 자 몸이 (額有圓珠七尺身), 촉수蜀水에 십년 동안 주석하다가 (掛錫十年棲蜀水), 돛단배 타고 오늘 장빈 건넜네. (浮盃今日渡章濱). 천여 명 용상들이 높이 따르고 (一千龍象隨高步), 만리향 꽃과 같이 인연을 맺어 (萬里香華結勝因), 제자로 섬기기를 원하지만은 (擬欲事師爲弟子), 그 법을 누구에게 부촉하실까? (不知將法付何人). 그러나 선사는 여전히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 이로부터 문중의 가풍이 강표江表에 성행하였다. 당나라 대중大中 때에 본산 에서 임종하니, 단제斷際 라는 시호와 광업廣業이라는 탑호가 드려졌다.

 

진월이 찬탄 첩부한다.

 

       백장의 법을 받아 호랑이 위세로서,

          강호(江湖)를 제접하고 임제에 부촉하니,

             높고 큰 선풍(禪風) 법맥이 뒷세상에 전하네.

 

황벽희운 선사는 백장회해의 법을 이었고 임제의현 선사에게 전하여, 후대에 가장 활발한 임제종의 비조가 되신 분으로서, 한국에서는 고려말기에 가지산문의 태고보우 선사가 그 법계에 속한 석옥청공의 법을 받으면서, 오늘날 조계종으로 이어져 옵니다. 그분의 법어로 전하는 <전심법요(傳心法要)>는 간결 명료하게 선법의 요체를 보이는 선문의 주요 어록으로 전해져 옵니다.     


관리자 20-07-2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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