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9-04 05:01
가을을 맞으며
 글쓴이 : dowon
조회 : 3,200  

아래 글은 오늘 아침 샌프란시스코 한국일보에 실린 산승의 글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가을을 맞으며

어느덧 9월입니다. 한국달력은 어제(9/2)가 음력 칠월보름으로서, 하안거 해제일이며 백중 또는 우란분절임을 전해주고, 오는 월요일(9/7)은 백로절로서,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을 알려줍니다. 이날은 미국에서 노동절(Labor Day)로 기리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오월 하순의 현충일(Memorial Day)무렵에 시작되었던 여름이 끝나는 때로 즐겨 왔다고 합니다. 이달 하순에는 추분(9/22)이 있고, 그믐에는 한국의 추석명절 연휴가 시작되는 줄 압니다. 아무튼, 그 무덥고도 다소 지루했던 여름을 보내고, 이제 시원한 가을을 맞는 기분으로 넉넉한 기대를 갖게 하는 때이기도 한데, 특히 금년에는 한국의 길었던 장마와 큰 홍수, 이곳 캘리포니아의 광범한 산불로 자연재해에 시달린 분들과, 아직도 끝나지는 않은 코비드-19 팬데믹 영향으로 많은 생활의 고통과 불편을 겪은 분들에게 긴 터널의 끝을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리라 짐작됩니다.

보통 불자들에게 우란분절은 부모를 비롯한 조상 천도의 날처럼 기억되지만, 석존의 생존 시절부터 이날은 전통적으로 수행자들이 여름안거를 마무리하며 서로 자자(自恣) 탁마하고 충고와 감사를 나누는 회향(回向)의 날로서 기려져 왔습니다. 수행을 중시하는 스님들은 이날을 기점으로 승납(僧臘 스님 나이)을 계산하여 왔으므로, 출가 수도자들에게는 정신적인 생일과 같이 여겨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산승도 예외가 아닌지라, 올해에 만으로 승납 50주년을 맞으면서 지나온 수행여정을 회고하며 나름대로 자축하고 또한 분발하는 계기를 가지려 했습니다. 1968년 가을 가야산 해인사에 들어가 다음해에 수계하고 승행을 시작한 이후로 이른바, “파란만장”한 수도와 만행(萬行)의 반백년 세월을 돌아보면, 한마디로 “감개무량”하다고나 할 수 있을까요! 요즈음 감회의 일단을 나누자면, 근래에 일어난 엄청난 이 지역의 산불 가운데에서, 산승이 머물던 산위의 선원이 화마의 공격을 극복하여 의연하게 견디어내었음을 보고 겪으며, 제불보살님들의 대자비 가피와 천지신명의 내밀한 가호의 은덕 및 납승의 본분 사명을 사무치게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인도의 보리달마조사 및 한국의 도의선사 청백가풍을 미국에서 되살려 보려는 원력으로, 인접한 4개 카운티(알라메다, 샌호아킨, 산타클라라, 스테니슬라우스) 경계가 한곳에 만나 이어지는 신묘한 지역의 일천 미터 산정아래, 산승이 4년 전에 조촐하게 나무판자로 세웠던 고성선원이, 주위는 모두 불탔지만 선실법당만 극적으로 살아남게 되어, 그 존재의미와 전법의 책임이 웅대함을 새삼 깊게 되새깁니다. 보름전의 낙뢰와 산불(SCU복합지구) 발생이후, 그동안 산승의 고성선원에 대한 관심과 염려 및 무탈 기도를 해주신 도반 친구 여러분들께도 거듭 감사를 드리며, 남은 세월에 귀한 인연을 잊지 않고 살아 가리라 다짐합니다.

이달 중순에 한국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샌프란시스코지역협의회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최 및 주관하는, “2032년도 올림픽남북공동개최” 기원 및 홍보를 위하여 “금문교걷기대회”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줄 압니다. (사무처에서 관련 보도자료 공표예정). 세계적인 관심과 주목을 받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주류사회와 다국적 다문화 인사들에게 조국 한반도 사정을 알리며 공감과 협조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교포 여러분의 공공외교 및 봉사 기회에 동참하는 보람이 크기를 바라며, 건각과 성공을 기원합니다. 점점 좋아지는 가을 날씨와 함께, 여러분 모두 심신의 활기를 북돋우며, 건강과 청안을 누리시기를 빌면서, 두 손을 모읍니다.


관리자 20-09-0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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