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일념>
우리 시조를 즐겨보세!
(진월스님, 워싱턴문인회 시조시인)
이제 가장 더운 시절이라고 하는 대서절(大暑節)을 며칠 앞두고, 시원한 가을 기운이 슬며시 일어나다가 폭염 위압에 업드려져 주춤한다는 이른바 “삼복(三伏)더위”의 기간에 들어섰다. 다음달 중순을 넘어서야 이 고비를 넘어서게 될 줄 안다. 이즈음,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피서를 위해 휴가와 여행 등 시원한 곳이나 관광지로 떠나는 분들도 있고, 숲이나 가정의 그늘에서 조용히 안정을 취하는 분들도 있으리라 짐작한다. 아울러, 유두절(流頭節 음 유월보름)을 즈음하여서는 물가로 가서 머리를 감거나 발을 씻고 또는 목욕과 물놀이를 하면서, 음식과 과일들을 나누어 먹고 기쁘게 어울려서 노는 전통적 미풍양속(美風良俗)을 즐기기도 하리라.
한국일보 독자님들은 이미 보도를 읽고 아시겠지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워싱턴협의회에서는, 평화 통일 미래에 대한 청소년들의 의식 고취와 시조에 대한 관심 및 창의적 정서 계발을 위하여 사이버 백일장을 진행하며, 시조작품을 접수하고 있다. 청소년들을 포함하여 그들을 키우고 이끄는 어른들께서도 시조에 대하여 다소 생소하여 어려울듯이 생각하는 분들이 있음을 예상하고, 마음 가볍게 접근하고 동참하도록 다소 기본적인 안내를 드리고자 그 내용을 적어본다. 우선 시조(時調)는 우리 한민족의 고유하고 톡특한 전통문학 장르로서, 한자로 시절가조(時節歌調)란 용어의 줄임말로서, 개인 또는 공동체가 처한 “시절을 노래함”이며, 그를 통해 각자 또는 집단이 공동 관심사와 상황 정서를 소통하고 공유하는 문예(文藝)의 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시조는 신라시대 향가(鄕歌) 등의 영향을 이어서 고려 중엽에 발기되어 조선 중기에 기틀이 잡혀 유행하면서 현대까지 전승 발전해 왔기로, 보통 갑오경장 이전의 것을 고시조(古時調), 그 이후 것을 신시조(新時調)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그 틀은 한결 같다. 즉, 초중종(初中終) 삼장(三章)/삼행(三行)에, 각장은 두 구절씩, 각 구절은 두 음보(音步)로 하여 총 12음보로 짜여지며, 총 45글자 내외로 이루어지는 시적(詩的) 노래라고 할수 있다, 다만 종장의 첫구는 3자, 둘째구는 5자이상으로 하도록 지켜져와서, 이를 전체적인 관행을 보이면, 3-4, 4-4 (초장), 3-4, 4-4(중장), 3-5, 4-3(종장)의 음수율(音數律)을 일단 기본 정형(定形)으로 본다.
이제 시조의 틀과 음수율을 이해하는데 참고되도록 많이 알려진 시조의 선례를 시대별로 뽑아 제시해 본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도라보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듸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고려말기 길재)
한산섬 달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조선중기 이순신)
성불사 깊은 밤에 그윽한 풍경소리
주승은 잠이 들고 객이 홀로 듣는구나
저 손아 마저 잠들어 혼자 울게 하여라 (현대 이은상)
금세기에 들어와서는, 미국과 프랑스를 포함한 서양에서도 학자와 문인들이 시조에 적잖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여러 다른 언어로 좋은 시조작품들이 번역되어 소개되고 있다. 더러는 각국 언어 문자의 소리를 시조 음수율에 맞추어 시조를 짓고 읊조리기도 하며, 몇몇 대학과 중-고등학교에서도 그 내용과 방법을 가르치고 권장하는 줄 안다. 건전한 한류 확산을 지도 격려하며 이번 시조백일장을 진행하는데 후원 협조해주시는 워싱턴주재 대한민국 총영사관, 한국교육원, 한국문화원, 한인회, 한국일보와 세계전통시인협회, 워싱턴문인회 등 여러 단체 어른들께 새삼 감사드리며, 시조 문향이 널리 번져나가기를 축원한다. 모쪼록, 독자 여러분들도 직접 시조의 틀에 나름의 의지와 정서를 담아내 자작시를 지어 읊으며 이웃과 그 묘미를 나누면서, 시원하고 멋진 여름을 즐겨보시기 바라고 기대해 마지 않는다. 시조 인연 커지기 빌며, 한 수 올린다:
시조를 지레 짐작 어려울 듯 멀리하나
사귀고 익혀가면 기쁨 쏠쏠 사무친다.
뿌듯이 누리는 보람 얼벗들과 나누며 (워싱턴무량사에서, 진월 이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