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워싱턴디씨 한국일보에 실린 것 공유입니다.
우란분절 맞으며
지난 주말은 처서절(處暑節)로서 이때부터 더위가 제대로 수그러든다고 알려져 왔다. 한국 달력은 이날이 음력 칠월 초하루라고 알려준다. 그러므로 이번 주 금요일은 칠석(七夕)이고, 다음 주 금요일(9/6)은 칠월 보름 백중(白衆)날이 됨을 알 수 있다. 올해는 윤 유월이 끼어 예년보다 다소 늦어진 기분이다. 알려진 전설처럼 칠석날 저녁에는 하늘나라의 견우와 직녀를 상징하는 두 별이 은하수를 건너 오작교에서 만난다며, 청춘남녀들이 이즈음 연정을 나누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 아울러, 다음날에는 헤어지면서 흘리는 아쉬움의 눈물이 비가 되어 내린다는 이야기와 함께. 요즈음도 이날에 젊은이들이 데이트 데이로 순정을 나누기도 하며, 어느 부녀자들은 자녀 얻기를 기원하는 풍습을 이어가는 듯하다. 백중날에는 대부분 절에서 오전에 스님들이 여름 안거 해제 법요식과 함께 신도들의 공양을 받고, 이어서 그분들의 작고한 조상들을 천도하고 명복을 비는 재공(제사) 법요를 마련한다. 마을에서는 농부 등 노동자들을 위하여 잔치를 벌여 격려하고 여흥을 즐기며 모처럼 휴식의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그 뒤로부터 수확 시기를 기다리며 가을 기분을 느껴볼 수 있다.
백중은 그 말뜻처럼, [같이 수행하던] 대중에게 스스로 또는 친구의 도움으로 지낸 여름 수행 안거 기간 동안 잘못들을 반성하여 고백하며, 갈마로 허물을 씻어 청정을 이루고, 공동체의 건강향상과 영적 성숙을 도모하는 아름다운 전통이다. 그러한 점검과정을 통해 출가자는 그날에 수행의 나이 즉, 승랍(僧臘)의 연륜이 더해진다. 이는 스님들의 정신적인 생일날로 치부할 수 있는데, 일반 학교의 학기 종강 승급이나 졸업식 날 같이 비교해 볼 수도 있다. 석존 당시에 시작된 인도의 말 즉, 범어로는 울람바나(Ullambana)라 하여, 이는 ‘꺼꾸로 매달린 상태’의 괴로움을 상징적으로 뜻하며, 보통 지옥이나 아귀 세계의 고통을 가리키는데, 그 연유와 내력이 자못 숙연하다. 석존 부처님께 귀의하고 출가하여 수행하던 목련(Maudgalyayana)존자는 자기가 성취한 신통으로서 작고한 모친의 상황을 살펴보니, 생전의 인색했던 업보로 말미암아 아귀의 고통을 받고 있었고, 자신의 힘으로 구원하려 했지만 불가능하여 슬퍼하다가, 부처님께 그녀의 천도 해탈 방법을 문의 청원하였던바, “안거를 마치며 자자(自恣)를 한 수행승들에게 음식이나 의복 등 각종 공양을 드리면 그 공덕으로 구제될 수 있다”는 가르침을 받았다. 그에 따라 여법히 대중에 공양을 시행하고 모친을 고통에서 구제했다는 사연이다. 그 뒤로 불교가 전파된 중국과 한국 및 일본 등지에서도 그 전통에 따라 선망 부모와 조상들의 천도를 위한 의식을 시행해오며, 그날을 ‘우란분절’이나 ‘백중절’로 부르고 기려왔다.
옛날보다 생활여건이 사뭇 좋아진 현대, 가족 및 친척들 사이에 갈등과 분쟁으로 살상까지 벌어진 섬뜩한 사건 사고가 국내외 언론매체에 보도되는 경우가 보인다. 이기적 욕심과 증오 및 무지로 말미암아서 인간의 도리를 저버린 패륜아와 몰염치들이 지적된다. 불교에서는 인간의 근본 고통인 생로병사를 초월하려고 전심 노력하는 이들에게 출가수행으로 이끌기도 하지만, 선업과 공덕을 쌓으려는 재가 신도들에게는 가족 및 국가 생활 윤리와 의무를 지키면서 사회 공동체의 안녕과 정의 실현에 동참하도록 권면한다. 이를테면, 신라의 원광법사가 국가의 기둥이 될 화랑들에게 내린 세속오계(世俗五戒)에는,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며, 벗에게 믿음이 있고, 살생을 가려서 하며, 전쟁(국방)에 임해서는 물러서지 말라고 가르쳤다. 이는 연기적 존재 상황에 맞추어, 다양한 은혜에 감사하며, 스스로 합당한 도리를 각성하고 실행하도록 지도하여, 사회질서와 인간관계 및 생태 환경의 건강과 평화를 이루려는 상황적 조치였다고 볼 수 있다. 공심(公心), 효도, 신의, 자비, 용기 등은 오늘날 세상에도 필요한 덕목들이며, 특히 효도 정신은 가족윤리로서 더욱 요청된다. 이는 살아계신 부모님들을 잘 모시고, 돌아가신 분들에게는 명복을 비는 것이 자손들 도리이며, 가정의 화목을 이루는 길임을 되새기게 한다. 백중절을 맞으며, 자신을 돌아보고 벗들과 수행 탁마 하면서, 가신 분들을 포함하여 모든 생명 존재가 다 평안과 자유의 행복 누리시기를 축원해 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