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2-26 15:58
선객한담
 글쓴이 : dowon
조회 : 1,483  

*아래 글은 워싱턴디시한국일보에 2월25일자에 실린 산승의 칼럼입니다. 

선객한담 (禪客閑談)

음력 정월대보름도 지냈고 하여 선객의 만행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어디론가 나그네길을 떠나보는 기분을 추스르는 것이다. 정월보름은 동아시아 대승불교전통을 지키는 선원에서는 동안거(冬安居) 해제(解制) 날이다. 즉, 겨울 석달동안 (음력10월보름부터 다음해 정월보름까지) 산문출입을 삼가고 선원(禪院) 안에서 대중들이 참선정진에 집중하던 수행 생활규칙 준수 즉, 결제(結制)]를 풀어서, 밖으로 나아가 개인적으로 여행이나 봉사활동 등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행동의 기회를 맞는 날을 가리킨다. 이는 하안거(夏安居 음력 사월보름부터 칠월보름까지), 참선정진후에도 똑같이 행하는 것으로, 일년에 두 번 결제와 해제를 통하여 수행의 긴장과 이완의 계기를 삼는다.

원래 해제후 다음 결제전까지의 삼개월간을 ‘산철’이라고도 하는데, 그 동안에 하는 행각을 만행(萬行)이라 하며, 여러 가지 행위를 가리키는데 이것들도 수행의 한 부분이라는 뜻이다. 결제중에 미루었던 일들, 이를테면, 치료 등 건강문제, 각종 사무나 책임과제, 수행과정에서 생긴 문제들에 대한 문의와 상담을 위하여, 해당분야 담당자를 방문하거나 선지식(지혜 많은 선배)들을 찾아 문의하기도 하고, 다음 결제를 위하여 다른 지역의 선원을 미리 가서 사정을 알아보기도 한다. 아울러, 결제중 자기중심적 수행의 결과와 공덕을 회향(廻向) 즉, 다른이들에게 나누고 봉사하는 기회를 가지며, 이 또한 수행의 연장으로 생각한다. 만행중에 수행경험을 세상 현실에서 되새겨 보며, 그를 검증하고 심화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필자의 경험을 돌아보면, 해제 때의 기분이 다양했음을 느낀다. 아마 모든 수행자들이 각자 결제기간의 수행과 동참대중들 인연 및 탁마 등의 성취 결과에 따라, 보람에 대한 기쁨이나 부실했음에 아쉬움을 가질 줄 안다. 필자가 처음 선원에서 대중과 해제일을 맞은 곳은 1975년 영축산 극락암 호국선원 동안거를 마치고나서였다. 그 전해에 가야산 해인총림 해인사 법보전문강원(현 해인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이른바 “사교입선(捨敎入禪)” 즉, 경전이나 어록 등의 교학을 넘어 참선 수행에 들어감으로서, 배워서 아는 바 이론적 교리와 언어문자의 뜻을 몸소 체험으로 검증하고 주체화하자는 결심에서였다. 사실, 그전에도 1968년 출가하여 행자시절에 성철 방장스님을 시봉하며 화두를 받고 개인적으로 참선을 시작하였었지만, 선원에서 대증과 정식결제 안거하기는 첫 번째였다. 아무튼, 그 때의 과정을 잘 해냈다는 기쁨과 만행에 대한 설레임은 글로서 제대로 표현하기 어렵다. 물이나 차맛을 같이 직접 마셔보지 않으면, 공감되도록 설명하기 어려움처럼.

필자가 극락암 호국선원에서 첫번째 안거시의 조실(祖室) 즉, 수행지도자는 경봉(1892-1981) 선사였다. 당시 팔십여세 노스님 법문은 선원수좌들 뿐만 아니라 세상에도 많이 알려져, 매달 한번 베프는 법회에는 경향각지에서 천여명의 신자들이 모여들었었다. 아무튼, 출가수행자들에게는 “금생에 안난 셈치고 이것에 목숨을 걸어보라”고 참선경책과 격려를 하셨음이 추억된다. 그곳에서 비롯된 일상적 삶의 지혜가 담긴 일화 하나를 소개해 본다. 처음에 극락암에 갔을 때, 그곳의 소변소를 “휴급소(休急所),” 대변소를 “해우소(解憂所)”라 가리킴을 듣고 미소를 지었던 줄 기억한다. 노스님께서 그를 일반법회 설법중에 대중에게 언급하시는 것도 들었다. 똑같은 물건의 이름이나 사실도 표현에 따라 그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며 생활 지혜의 유용한 소통 방편이 됨을 거듭 느껴본다. 사람이면 누구나 음식을 먹으며 소화하고 배설하게 됨은 보편적 자연생리현상임을 안다. 잘 먹는 것도 중요한 관심사지만 배설함도 동등하게 필요한 것이다. 이를 부정적으로 꺼리고 피할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가리키고 인식하며 표현할 수 있도록 함이 지혜이다. 잠시나마 급한 일을 여유롭게 하고, 걱정근심을 풀어버리는 곳을 즐기고 누릴 수 있으면 다행이지 않으랴!

그 첫 번째 해제후에, 수행자들 사이에 훌륭하다고 알려진 전국의 여러 산중 선지식 처소를 방문하였었지만, 다시 극락암으로 돌아와 하안거 결제를 계속하였었고, 다음 겨울에는 조계총림 수선사에서 도반들이 특별결사를 하자며 초청하므로 동참하고자 갔었지만, 그 뒤로 다른 선원 및 일반 사찰에서도 변소가 해우소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음을 보게 되었다. 독자분들도 각자 다양한 업무에 분주한 가운데서도 나름 쉬어감의 여유와 크고작은 걱정근심을 풀어버리는 후련한 살림을 누려보시길!


관리자 25-02-26 18:02
 
 
 

Total 1,219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1219 우리 시조를 즐기세 (1) dowon 01-15 193
1218 유월 하순 단상 (1) dowon 01-15 198
1217 블루문 (Blue Moon) (1) dowon 01-15 242
1216 거룩한 성품을 되새기며 (1) dowon 10-13 420
1215 로녹대 김규식 한국학센터 개소에 즈음하여 (1) dowon 09-12 439
1214 설 명절에 즈음하여, 세배와 함께 ... (1) dowon 08-16 472
1213 무량일념/ 성도절 맞이 (1) dowon 07-18 580
1212 세모의 무량일념 (1) dowon 06-23 651
1211 고요히 물러서 돌아볼 때 (1) dowon 06-16 688
1210 무량일념251112 (1) dowon 05-10 687
1209 무량일념 251028 (1) dowon 04-26 798
1208 문화의 달에 즈음하여 (1) dowon 04-10 775
1207 일상의 문턱을 넘어 (1) dowon 03-10 890
1206 백중절에 (1) dowon 03-10 873
1205 가을을 맞으며 (1) dowon 02-10 902
1204 금강산 생각 (1) dowon 01-24 959
1203 신심 청량 목욕시절 (1) dowon 01-03 1071
1202 청명절기 (1) dowon 10-11 1192
1201 불기를 되새기며 (1) dowon 03-27 1347
1200 삼월 생각 (1) dowon 03-11 1421
1199 선객한담 (1) dowon 02-26 1484
1198 봄맞이 (1) dowon 02-11 1427
1197 시절 단상 (1) dowon 01-29 1425
1196 승만부인의 찬불과 원력 (1) dowon 04-13 1548
1195 석존 찬탄 노래 이부 (1) dowon 04-12 1675
1194 석존 찬탄 노래의 일부 (1) dowon 04-11 1640
1193 적멸의 상태는 설명 불가 (1) dowon 04-08 1512
1192 붓다의 열반이후 세계 (1) dowon 04-06 1810
1191 응공(아라한)의 성취 내용 (1) dowon 04-05 1547
1190 석존 교화의 우선 순위 (1) dowon 04-04 1771
1189 석존과 그 제자들의 차이 (1) dowon 04-03 1608
1188 석존의 전생 보살행 (1) dowon 04-02 1764
1187 석존의 존재론적 특성 (1) dowon 04-01 1607
1186 법신의 인식과 향유 (1) dowon 03-31 1552
1185 붓다는 담마의 설파자 (1) dowon 03-29 1561
1184 붓다와 담마는 일체 (1) dowon 03-28 1439
1183 석존 자질에 대한 인식과 표현 (1) dowon 03-27 1561
1182 석존의 대열반 (입적서거) (1) dowon 03-25 1707
1181 석존 최후의 유훈 (1) dowon 03-24 1688
1180 석존 일생의 마무리 (1) dowon 03-23 1727
1179 석존의 취침 관행 (1) dowon 03-22 1717
1178 석존의 출산 축원 일화 (1) dowon 03-21 1750
1177 석존의 간병 교훈 (1) dowon 03-20 1496
1176 석존의 질환 극복방편 (1) dowon 03-19 1649
1175 석존의 고통 대치 (1) dowon 03-18 1837
1174 석존의 감기 대응 (1) dowon 03-17 1715
1173 석존의 피로 대처일화 (1) dowon 03-16 1881
1172 지도자에게 필요한 고독 (1) dowon 03-15 1630
1171 석존의 살림살이 특성 (1) dowon 03-14 1719
1170 석존 제자들의 적정 정념 (1) dowon 03-13 1700
1169 석존의 고요한 생활 (1) dowon 03-12 1719
1168 앙구리마라 관련2 (1) dowon 03-11 1691
1167 앙구리마라 교화 이야기 (1) dowon 03-10 1941
1166 사나운 코끼리의 교화 (1) dowon 03-08 1851
1165 청부 암살자의 교화 (1) dowon 03-07 1722
1164 방자한 이가 조복당함 (1) dowon 03-06 1723
1163 재가자의 아만을 조복한 일 (1) dowon 03-05 1734
1162 석존의 악인교화 선례 1 (1) dowon 03-04 1900
1161 석존의 의복과 설법 정황 (1) dowon 03-03 1739
1160 석존의 식생활 단면 (1) dowon 03-02 1733
1159 외도가 관찰한 석존의 모습 (1) dowon 03-01 1741
1158 석존의 과거생 살림살이 (1) dowon 02-29 1879
1157 붓다의 상호 배경과 원인 (1) dowon 02-28 2119
1156 석존의 소박한 모습 (1) dowon 02-27 1729
1155 석존의 유일한 특성과 자질 (1) dowon 02-26 1755
1154 석존에 대한 신들의 찬사 (1) dowon 02-24 1735
1153 진리 가르침의 경이로움 (1) dowon 02-23 1513
1152 안으로 자기를 찾아보라 (1) dowon 02-22 1715
1151 석존의 선교방편 1 (1) dowon 02-21 1645
1150 석존의 교화 방편 (1) dowon 02-20 1697
1149 석존의 자비와 제자공동체 (1) dowon 02-19 1719
1148 석존의 자비 교화방편 (1) dowon 02-18 1684
1147 석존의 제자들 포교 파송 (1) dowon 02-17 1691
1146 진리의 스승인 붓다 (1) dowon 02-16 1496
1145 석존의 초전법륜: 사성제 (1) dowon 02-15 1490
1144 석존의 최초설법: 중도 (1) dowon 02-14 1568
1143 석존의 최초제자 5명 인연 (1) dowon 02-13 1683
1142 석존의 최초설법 대상 (1) dowon 02-12 1551
1141 석존의 설법 결심 (1) dowon 02-11 1613
1140 여래 붓다는 세상의 빛 (1) dowon 02-10 1728
1139 제자들에게 길을 지시하는 여래 (1) dowon 02-09 1547
1138 붓처님의 위대한 능력 (1) dowon 02-08 1684
1137 여래 출현의 배경과 목적 (1) dowon 02-07 1609
1136 "여래" 의미와 공능 (1) dowon 02-06 1742
1135 담마(진리 법)에 대한 존경 (1) dowon 02-05 1664
1134 석존의 "옛길 (팔정도)" 발견과 안내 (1) dowon 02-04 1504
1133 석존의 성도 열반 (1) dowon 02-03 1690
1132 석존의 해탈 성취 (1) dowon 02-02 1603
1131 석존의 성도 상황 (1) dowon 02-01 1522
1130 석존의 성도과정4 (1) dowon 01-31 1812
1129 석존의 성도과정3 (1) dowon 01-30 1748
1128 석존의 성도과정 2 (1) dowon 01-29 1495
1127 석존의 성도과정 (1) dowon 01-28 1748
1126 석존의 절식고행 체험과정 (1) dowon 01-27 2194
1125 석존 고행과정: 호흡중지 체험 (1) dowon 01-26 1799
1124 석존의 고행 과정과 결과1 (1) dowon 01-25 1703
1123 석존의 고행수행3 (1) dowon 01-24 1696
1122 석존의 고행 수행2 (1) dowon 01-23 1653
1121 석존의 고행 수행 1 (1) dowon 01-22 1548
1120 요가 선정적 수행 경험 (1) dowon 01-21 1829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