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9-10-11 10:44
청명절기
 글쓴이 : dowon
조회 : 1,216  

*아래 글은 산승의 워싱턴디씨한국일보 칼럼 <무량일념> 4/11자에 실린 것입니다. 

맑고 밝은 시절에

봄이 무르익어가는 4월, 동양문화적 청명절(淸明節)을 지낸다. 이즈음 한식(寒食) 즉, 찬밥을 먹는 날과 식목일(植木日)도 있다. 한국에서는 3월 말부터 며칠간 여러 곳의 산불로 광대한 산림의 손실뿐만 아니라 적잖은 인명 및 가옥 피해와 천년고찰을 포함한 귀한 국가유산도 소실되는 등, 자연과 인간사회에 걸쳐 큰 변란과 시련을 겪었다. 아울러, 뜬금없는 비상계엄선포로 비롯된 바, 현직대통령탄핵과 파면이라는 정치 사회적 중대 사태를 겪으며, 국내외 언론과 시민들의 관심 및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벚꽃이 한창인 워싱턴디씨 일원의 상춘분위기 속에서도 백악관의 이민 및 무역정책 등 지구촌에 파문을 일으키는 일들도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원래 청명절은 전통적으로 음력에 따라 정한 1년 24절기 가운데 하나로서 음력 삼월초 (양력4월초)에 자리하는데, 한식은 그날 전후가 되기 십상이다. 청명은 그 무렵 날씨가 맑고 밝음을 들어내는 뜻이 있고, 한식은 옛날 중국의 충신 개자추의 절개를 기리자는 것으로 안다. 춘추시대에 학덕과 능력있는 개자추가 산중에 숨어 벼슬길에 나오지 않자 임금이 산불로 강제 하산시키려 했지만 결국 타죽고마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그 정신을 드높이자는데서 비롯되었다고 전한다. 또는 고대에 불씨를 유지하면서, 해마다 대궐에서부터 이 무렵 새롭게 불씨를 갈았고, 그 새로운 불씨를 신민들에게 나누어주는 과정에서 시작된 풍습이라고도 한다. 아무튼, 한국을 포함한 인류 문명사에서 불이 차지하는 중요성과 영향력 및 그와 관련된 설화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 숙연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다. 이번 한국의 일부 산불의 발생원인도, 한식 무렵 성묘하는 전통에 따라 선산에 갔다가 실화로 시작되었다고 하니, 불조심에 더욱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이 무렵 식목일이 있는데, 나무를 심고 가꾸는데 수많은 노력을 하여도, 산불이나 들불이 나면 수십 년 수백 년 된 나무와 숲이 한순간에 죽어버리게 되는 재앙이 발생함을 각성하여, 방화를 위한 만반의 준비에 소홀함이 없어야 하겠다.

올해 4월은 한국인들에게 사뭇 특별한 달로 기억될 것 같다. 작년 12월 3일 밤에 윤석열 대통령이 난데없이 비상계엄을 발표하고,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기관의 봉쇄와 점거를 시도하며 그 기능마비시키려했을 뿐만 아니라, 여야 정치지도자와 국회의원 및 그를 비판하는 인사와 수많은 정적을 반국가 불순세력으로 체포 내지 처치하려는 내란을 획책함으로서, 국내의 충격과 불안은 물론 국제신인도 하락과 경제피해 등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다행히도 민주시민들이 즉각 나서서 계엄군과 경찰 등의 국회진입을 막았고, 급박한 상황중에 국회가 계엄해제를 결의했으며, 내란수괴와 주요종사자들을 검거하고 공수처 등이 수사에 나서 위기에 대응했다. 헌법이 정한 비상계엄 요건과 절차를 갖추지 못한 위헌행위의 책임을 물어,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소추 결의하였고, 헌법재판소가 그를 심의하는 과정이 예상외로 길어졌는데, 마침내 지난 4월4일에야 재판관 전원일치로 파면을 판결함으로서 파란의 일단락을 마무리하였다. 그 동안 눈보라와 한파 속 여러 광장과 도로에서, 남녀노소 민주시민들이 밤잠을 설치며 정의실현을 촉구했던 사연과 광경은 국내외 언론에서 수시로 보도했다.

이제 청명한 좋은 시절, 전통적으로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4대명절의 하나로 꼽는 한식날 즉, 조상에 감사하며 그 유지를 되새기고, 식목을 통해 자연환경과 지구치유의 계기를 갖으며 농사를 시작하는 즈음에, 우리들도 각자 주어진 조건과 형편대로 입장에 맞추어 나름 시절인연에 적응하고 즐겁게 누릴 때이다. 작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작가의 제주4.3사태를 일깨우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되새기며, 4.19혁명 등 민주정의 회복 역사를 되돌아보고, 12.3비상계엄 내란후유증을 서둘러 치유하며, 지구촌에 한국민의 위상을 다시 세워나가야할 때이다. 불자들은 ‘깨달음의 나무(보리수)’를 마음 속에 심고, 깨달은 시민들에 의해 발전하는 민주사회 숲을 가꾸어 나가는데 자비로서 솔선수범하여, 이땅에 정토를 구현하는데 보람을 누리기 바란다. 독자 여러분들도 생명 평화의 나무를 내면에 심어 가꾸며, 민주 정의 문화의 꽃을 피워보시기를!


관리자 09-10-13 03:17
 
 
 

Total 1,219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1219 우리 시조를 즐기세 (1) dowon 01-15 220
1218 유월 하순 단상 (1) dowon 01-15 219
1217 블루문 (Blue Moon) (1) dowon 01-15 273
1216 거룩한 성품을 되새기며 (1) dowon 10-13 461
1215 로녹대 김규식 한국학센터 개소에 즈음하여 (1) dowon 09-12 455
1214 설 명절에 즈음하여, 세배와 함께 ... (1) dowon 08-16 503
1213 무량일념/ 성도절 맞이 (1) dowon 07-18 605
1212 세모의 무량일념 (1) dowon 06-23 671
1211 고요히 물러서 돌아볼 때 (1) dowon 06-16 712
1210 무량일념251112 (1) dowon 05-10 700
1209 무량일념 251028 (1) dowon 04-26 819
1208 문화의 달에 즈음하여 (1) dowon 04-10 800
1207 일상의 문턱을 넘어 (1) dowon 03-10 920
1206 백중절에 (1) dowon 03-10 896
1205 가을을 맞으며 (1) dowon 02-10 935
1204 금강산 생각 (1) dowon 01-24 989
1203 신심 청량 목욕시절 (1) dowon 01-03 1097
1202 청명절기 (1) dowon 10-11 1217
1201 불기를 되새기며 (1) dowon 03-27 1387
1200 삼월 생각 (1) dowon 03-11 1453
1199 선객한담 (1) dowon 02-26 1508
1198 봄맞이 (1) dowon 02-11 1455
1197 시절 단상 (1) dowon 01-29 1457
1196 승만부인의 찬불과 원력 (1) dowon 04-13 1572
1195 석존 찬탄 노래 이부 (1) dowon 04-12 1703
1194 석존 찬탄 노래의 일부 (1) dowon 04-11 1662
1193 적멸의 상태는 설명 불가 (1) dowon 04-08 1537
1192 붓다의 열반이후 세계 (1) dowon 04-06 1848
1191 응공(아라한)의 성취 내용 (1) dowon 04-05 1569
1190 석존 교화의 우선 순위 (1) dowon 04-04 1807
1189 석존과 그 제자들의 차이 (1) dowon 04-03 1627
1188 석존의 전생 보살행 (1) dowon 04-02 1789
1187 석존의 존재론적 특성 (1) dowon 04-01 1633
1186 법신의 인식과 향유 (1) dowon 03-31 1591
1185 붓다는 담마의 설파자 (1) dowon 03-29 1586
1184 붓다와 담마는 일체 (1) dowon 03-28 1467
1183 석존 자질에 대한 인식과 표현 (1) dowon 03-27 1583
1182 석존의 대열반 (입적서거) (1) dowon 03-25 1747
1181 석존 최후의 유훈 (1) dowon 03-24 1714
1180 석존 일생의 마무리 (1) dowon 03-23 1752
1179 석존의 취침 관행 (1) dowon 03-22 1746
1178 석존의 출산 축원 일화 (1) dowon 03-21 1802
1177 석존의 간병 교훈 (1) dowon 03-20 1520
1176 석존의 질환 극복방편 (1) dowon 03-19 1671
1175 석존의 고통 대치 (1) dowon 03-18 1869
1174 석존의 감기 대응 (1) dowon 03-17 1751
1173 석존의 피로 대처일화 (1) dowon 03-16 1910
1172 지도자에게 필요한 고독 (1) dowon 03-15 1656
1171 석존의 살림살이 특성 (1) dowon 03-14 1760
1170 석존 제자들의 적정 정념 (1) dowon 03-13 1739
1169 석존의 고요한 생활 (1) dowon 03-12 1746
1168 앙구리마라 관련2 (1) dowon 03-11 1721
1167 앙구리마라 교화 이야기 (1) dowon 03-10 1974
1166 사나운 코끼리의 교화 (1) dowon 03-08 1882
1165 청부 암살자의 교화 (1) dowon 03-07 1756
1164 방자한 이가 조복당함 (1) dowon 03-06 1756
1163 재가자의 아만을 조복한 일 (1) dowon 03-05 1753
1162 석존의 악인교화 선례 1 (1) dowon 03-04 1935
1161 석존의 의복과 설법 정황 (1) dowon 03-03 1768
1160 석존의 식생활 단면 (1) dowon 03-02 1755
1159 외도가 관찰한 석존의 모습 (1) dowon 03-01 1779
1158 석존의 과거생 살림살이 (1) dowon 02-29 1906
1157 붓다의 상호 배경과 원인 (1) dowon 02-28 2167
1156 석존의 소박한 모습 (1) dowon 02-27 1753
1155 석존의 유일한 특성과 자질 (1) dowon 02-26 1778
1154 석존에 대한 신들의 찬사 (1) dowon 02-24 1762
1153 진리 가르침의 경이로움 (1) dowon 02-23 1540
1152 안으로 자기를 찾아보라 (1) dowon 02-22 1742
1151 석존의 선교방편 1 (1) dowon 02-21 1668
1150 석존의 교화 방편 (1) dowon 02-20 1718
1149 석존의 자비와 제자공동체 (1) dowon 02-19 1752
1148 석존의 자비 교화방편 (1) dowon 02-18 1719
1147 석존의 제자들 포교 파송 (1) dowon 02-17 1714
1146 진리의 스승인 붓다 (1) dowon 02-16 1521
1145 석존의 초전법륜: 사성제 (1) dowon 02-15 1517
1144 석존의 최초설법: 중도 (1) dowon 02-14 1596
1143 석존의 최초제자 5명 인연 (1) dowon 02-13 1715
1142 석존의 최초설법 대상 (1) dowon 02-12 1579
1141 석존의 설법 결심 (1) dowon 02-11 1643
1140 여래 붓다는 세상의 빛 (1) dowon 02-10 1757
1139 제자들에게 길을 지시하는 여래 (1) dowon 02-09 1576
1138 붓처님의 위대한 능력 (1) dowon 02-08 1715
1137 여래 출현의 배경과 목적 (1) dowon 02-07 1635
1136 "여래" 의미와 공능 (1) dowon 02-06 1769
1135 담마(진리 법)에 대한 존경 (1) dowon 02-05 1700
1134 석존의 "옛길 (팔정도)" 발견과 안내 (1) dowon 02-04 1529
1133 석존의 성도 열반 (1) dowon 02-03 1717
1132 석존의 해탈 성취 (1) dowon 02-02 1627
1131 석존의 성도 상황 (1) dowon 02-01 1546
1130 석존의 성도과정4 (1) dowon 01-31 1840
1129 석존의 성도과정3 (1) dowon 01-30 1777
1128 석존의 성도과정 2 (1) dowon 01-29 1520
1127 석존의 성도과정 (1) dowon 01-28 1785
1126 석존의 절식고행 체험과정 (1) dowon 01-27 2252
1125 석존 고행과정: 호흡중지 체험 (1) dowon 01-26 1819
1124 석존의 고행 과정과 결과1 (1) dowon 01-25 1725
1123 석존의 고행수행3 (1) dowon 01-24 1721
1122 석존의 고행 수행2 (1) dowon 01-23 1677
1121 석존의 고행 수행 1 (1) dowon 01-22 1564
1120 요가 선정적 수행 경험 (1) dowon 01-21 1847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