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산승의 워싱턴디씨한국일보 칼럼 <무량일념> 4/11자에 실린 것입니다.
맑고 밝은 시절에
봄이 무르익어가는 4월, 동양문화적 청명절(淸明節)을 지낸다. 이즈음 한식(寒食) 즉, 찬밥을 먹는 날과 식목일(植木日)도 있다. 한국에서는 3월 말부터 며칠간 여러 곳의 산불로 광대한 산림의 손실뿐만 아니라 적잖은 인명 및 가옥 피해와 천년고찰을 포함한 귀한 국가유산도 소실되는 등, 자연과 인간사회에 걸쳐 큰 변란과 시련을 겪었다. 아울러, 뜬금없는 비상계엄선포로 비롯된 바, 현직대통령탄핵과 파면이라는 정치 사회적 중대 사태를 겪으며, 국내외 언론과 시민들의 관심 및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벚꽃이 한창인 워싱턴디씨 일원의 상춘분위기 속에서도 백악관의 이민 및 무역정책 등 지구촌에 파문을 일으키는 일들도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원래 청명절은 전통적으로 음력에 따라 정한 1년 24절기 가운데 하나로서 음력 삼월초 (양력4월초)에 자리하는데, 한식은 그날 전후가 되기 십상이다. 청명은 그 무렵 날씨가 맑고 밝음을 들어내는 뜻이 있고, 한식은 옛날 중국의 충신 개자추의 절개를 기리자는 것으로 안다. 춘추시대에 학덕과 능력있는 개자추가 산중에 숨어 벼슬길에 나오지 않자 임금이 산불로 강제 하산시키려 했지만 결국 타죽고마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그 정신을 드높이자는데서 비롯되었다고 전한다. 또는 고대에 불씨를 유지하면서, 해마다 대궐에서부터 이 무렵 새롭게 불씨를 갈았고, 그 새로운 불씨를 신민들에게 나누어주는 과정에서 시작된 풍습이라고도 한다. 아무튼, 한국을 포함한 인류 문명사에서 불이 차지하는 중요성과 영향력 및 그와 관련된 설화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 숙연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다. 이번 한국의 일부 산불의 발생원인도, 한식 무렵 성묘하는 전통에 따라 선산에 갔다가 실화로 시작되었다고 하니, 불조심에 더욱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이 무렵 식목일이 있는데, 나무를 심고 가꾸는데 수많은 노력을 하여도, 산불이나 들불이 나면 수십 년 수백 년 된 나무와 숲이 한순간에 죽어버리게 되는 재앙이 발생함을 각성하여, 방화를 위한 만반의 준비에 소홀함이 없어야 하겠다.
올해 4월은 한국인들에게 사뭇 특별한 달로 기억될 것 같다. 작년 12월 3일 밤에 윤석열 대통령이 난데없이 비상계엄을 발표하고,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기관의 봉쇄와 점거를 시도하며 그 기능마비시키려했을 뿐만 아니라, 여야 정치지도자와 국회의원 및 그를 비판하는 인사와 수많은 정적을 반국가 불순세력으로 체포 내지 처치하려는 내란을 획책함으로서, 국내의 충격과 불안은 물론 국제신인도 하락과 경제피해 등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다행히도 민주시민들이 즉각 나서서 계엄군과 경찰 등의 국회진입을 막았고, 급박한 상황중에 국회가 계엄해제를 결의했으며, 내란수괴와 주요종사자들을 검거하고 공수처 등이 수사에 나서 위기에 대응했다. 헌법이 정한 비상계엄 요건과 절차를 갖추지 못한 위헌행위의 책임을 물어,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소추 결의하였고, 헌법재판소가 그를 심의하는 과정이 예상외로 길어졌는데, 마침내 지난 4월4일에야 재판관 전원일치로 파면을 판결함으로서 파란의 일단락을 마무리하였다. 그 동안 눈보라와 한파 속 여러 광장과 도로에서, 남녀노소 민주시민들이 밤잠을 설치며 정의실현을 촉구했던 사연과 광경은 국내외 언론에서 수시로 보도했다.
이제 청명한 좋은 시절, 전통적으로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4대명절의 하나로 꼽는 한식날 즉, 조상에 감사하며 그 유지를 되새기고, 식목을 통해 자연환경과 지구치유의 계기를 갖으며 농사를 시작하는 즈음에, 우리들도 각자 주어진 조건과 형편대로 입장에 맞추어 나름 시절인연에 적응하고 즐겁게 누릴 때이다. 작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작가의 제주4.3사태를 일깨우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되새기며, 4.19혁명 등 민주정의 회복 역사를 되돌아보고, 12.3비상계엄 내란후유증을 서둘러 치유하며, 지구촌에 한국민의 위상을 다시 세워나가야할 때이다. 불자들은 ‘깨달음의 나무(보리수)’를 마음 속에 심고, 깨달은 시민들에 의해 발전하는 민주사회 숲을 가꾸어 나가는데 자비로서 솔선수범하여, 이땅에 정토를 구현하는데 보람을 누리기 바란다. 독자 여러분들도 생명 평화의 나무를 내면에 심어 가꾸며, 민주 정의 문화의 꽃을 피워보시기를!